일상잡담 카테고리와 아이돌 관련 카테고리의 중간쯤에 위치하는 내용이라 어디에 넣을까 고민했는데 일상잡담 카테고리에 넣었으니 개인적 얘기 위주로 해야겠네요.

전에도 적은 적 있는데, 저는 일본문화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일본 온라인 게임을 하려고 일본어를 배우고 일본어로 된 만화책도 있고 한때 1주일에 애니 시리즈 15개쯤 본 적도 있고 일본 가수도 좋아했고.. 다만 해외 파견 등 몇가지 이유로 최근에는 거리가 많이 멀어졌습니다.

초속5센티미터 DVD도 갖고 있고 한때 신감독님(?) 작품을 매우 좋아했는데 이것도 변했는지, 언어의 정원..을 보고 흠칫했고 너의 이름은...의 경우는 국내에서 인기가 있었는데도 손이 안 가더군요.

그래도 '날씨의 아이'는 보고 싶었습니다. 그 시작이 되었던 건..

무대가 신비로운 별나라 느낌이고 노래가 중간에 분위기도 바뀌는데 갑자기 툭 끊긴 느낌이라서요. 과연 저 Grand Escape라는 노래가 어떤 애니의 어떤 장면에서 나온 것일까 궁금해졌거든요. 저 영상을 보고 '원래 어떤 노래일까'하는 궁금증에 애니에 삽입된 모습을 유투브를 찾아봤는데 그 영상을 봐도 잘 모르겠더군요.

티비 편성표 보다가 있는 걸 보고 알람까지 맞춰가며 봤습니다. 시차가 12시간이다보니 저녁이 졸렸거든요.. 그 후 캐치온도 가입하고 무비n시리즈도 가입한 터라 이제는 보고싶을 때 언제든 볼 수 있다만- (양쪽 서비스 모두 이게 포함되어 있더군요.) 기다렸다가 보니까 느낌이 더 좋았습니다.

일단- 스포일러 없는 리뷰를 하자면, 여전히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그림에 엄청난 디테일을 담고 있고 빛을 인상적으로 쓰는데 그 면에서 잘 맞는 주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저 Grand Escape라는 노래를 먼저 접하고 애니를 본 입장에서, 저게 마지막 장면일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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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전개는 여전히 제가 접했던 초기 느낌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 듯 합니다. '별의 목소리'나 '초속 5센티미터'에서 느낀 아련함이 어딘가 남아있네요. 잘 모르고 보면 이게 어느 영화인지 알 수가 없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그때는 혼자서 다 하는 1인 제작 또는 그에 준하는 수준이었는데 이제는 그로부터 10년 이상 지났고 러닝타임도 거의 2시간이 되었단 말이죠.

그래도 여주인공이 귀엽고 예뻐서 합격 드립니다. (ㅎㅎ)

사실 이야기 자체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히나가 능력을 얻은 것이 무슨 특별한 피를 타고나서 그런 게 아니라 사연이 있는 것이고- 그 능력이 진짜 있는지 아닌지는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만약 주인공들이 생각하는 게 사실이라면 호다카는 히나를 다시 만나기 위해 도쿄의 상당수를 물에 잠궈버리는 선택을 한 셈인데 소년/소녀가 세상을 말아먹는 이야기 환영입니다. ^^

그리고..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정말 생각없이 고향을 떠나온 주인공의 모습, 보면서 짜증이 났는데 아마도 남주와 여주의 만남, 그리고 그로 인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그런 것이고 그런 주인공이니까 후반부에 경찰까지 무시해가며 사고를 칠 수 있는 것이겠죠. 다 보고 나서 생각해보면 그런 장치였겠다 하는 생각은 드는데 역시 한국과 일본의 서사가 다른가 봅니다.

다 보고 나서 생각해보니 서술했으면 하는 내용도 많습니다. 왜 호다카가 고향을 그리 막무가내로 탈출했는지, 스가는 왜 가족과 그런 관계인지, 나츠미의 삶은 어떠했는지 등등.. 이야기할 게 산더미인데 영상미와 소년/소녀의 만남에 시간을 담고 나니 110분이 넘는 상영시간동안 못 담은 게 많은 듯 합니다.

그래도 잔잔하게.. 나름대로 굵은 스토리는 다 설명했으니 과거에 비해선 장족의 발전입니다. 위에서 별의 목소리, 초속 5센티미터 언급했는데 그 두 영화의 마지막이 어땠든가 생각하면.. 이거 보기 전에 제가 마지막으로 본 언어의 정원..의 끝이 어땠나 생각하면.. 소년과 소녀가 만났고, 계속 만날 것이다~ 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죠.

그리고 일본어를 조금 아는 입장에서 이름도 괜찮았습니다. 제목이 한국어로 '날씨..의 아이'가 맞긴 한데 天気는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하늘의 기운..인데 영화 내용에 잘 어울리는 제목이었습니다. 그리고 맑음 소녀 이름도 天野 陽菜(아마노 히나)이구요. 비를 그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무녀(?)의 이름 답네요. (영화제목이 天気の이니 여주인공 이름이 히나코였으면 더 칭찬했을 듯..) 이런 소소한 것들을.. 다 초월번역할 수는 없으니 안타깝네요.

결국 세상을 폭우로부터 구하기 위해, 점점 투명해지는 자신의 몸을 희생한 히나. 그런데 세상 따위 알 것 없고 히나 한 번 더 보려는 호다카. 호다카가 난리를 쳐서 히나를 구하는 장면에서 나온 노래가 grand escape였습니다.

그걸 아는 입장에서 가사를 보면- 흥미로운 노래네요. 저런 신나는 노래와 함께 도쿄는 멸망했구요.. 빠져 들어서 열심히 보다가 막바지에 '그게 말이 돼?'하며 히나를 구해서 도쿄가 물바다가 된 게 아니며 원래 도쿄 중 일부는 바다였다 하는 언급이 나오는 등, 원래 그럴 예정이었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그래도 소년 소녀가 세상을 말아먹었다고 생각하고 싶어지는 영화네요.

 

이걸 보니까 너의 이름은...도 궁금해지네요. 이것도 현재 가입된 월정액 서비스로 볼 수 있는데, 왠지 비슷한 느낌일 것 같아서 기대가 되네요.

* 이 글에 쓰인 그림은 모두 Daum 영화 페이지의 '날씨의 아이'에서 따왔는데- 여기서 올린 것 말고도 멋진 스샷도 많이 있으니 보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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