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파견을 마치고 국내에 귀국을 한 사람으로서, 여행이 아니라 해외근무를 하고 온 것이라서 한국에 올 때마다 COVID-19로 인한 조치가 달라지는 걸 몸소 느끼게 되네요. 올해 1월 초에도 귀국을 한 적이 있는데 불과 3개월 사이에도 변한 것들이 있었습니다.

경유지인 미국으로 가면서 겪은 건 일반적으로 겪을 일이 없는 것이니 넘어가고, 미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것에 대해 '3개월 사이에 바뀐 것'이 몇가지 있었습니다.

 

1. 해외입국자 PCR 음성확인서 적합기준

올해 2월부터는 입국시 COVID 음성확인서를 갖고 있지 않은 내국인은 2주간 시설격리(외국인은 입국불가)를 하게 된다고 합니다. 어차피 입국하면 무조건 격리잖아..할 수 있지만- 시설격리 발생비용을 개인에게 청구하기 때문에 200만원 가까이 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이게 아무 종이나 들고 오면 되는 게 아니더군요.

- 검사방법은 항원-항체 반응은 인정되지 않고 유전자 검사 반응, 그러니까 PCR만 됩니다.

- 발급시점은 출발기준 72시간 이내이면 되는데.. 검사일자/발급일자 모두 나와야 합니다. 따라서 날짜가 하나 쓰여 있는 거는 불인정.

- 날짜 이외에도 (여권과 같은) 성명 / 생년월일 / 검사방법 / 검사결과 / 검사기관명이 있어야 합니다. 입국하며 보니 검사기관명이 안 적힌 경우가 종종 있어서 증빙을 보완하시는 분이 있더군요.

- 검사결과는 '음성', 'negative'만 인성입니다. 당연히 '양성'이면 안 되는데(..) 음성으로 나오는 게 당연한 건데 왜 적었는지는 밑에서 다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 발급언어 : 한글 또는 영문만 인정됩니다. 그 외의 언어는, 영문 번역본 및 번역인증(개인의 경우 대사관 인증이 일반적)이 필요하다고 하네요.

 

한국에 있는 입장에서는 크게 어려운 점이 없어보이는데.. 남미에서 오니까 생각보다 골치가 아프더군요. 우선, 사용언어가 스페인어이고 주변 나라를 둘러봐도 스페인어/포르투갈어(브라질) 밖에 없는 동네에서는 영문 발급이 어렵습니다. 담당자가 영어를 잘 모르고, 안그래도 일이 많다보니 영문으로 발급해주지 않더군요. 대사관도 대면업무가 최소화된 상태라서 출국 직전에 연락해서 부탁해서 해결될 상황도 아니더군요.

영어권이 아니면서 또 하나 생겼던 문제로.. 자기네 말을 영어로 직역해서 영문본을 만들어 줬는데 하필 detectable이 스페인어랑 영어랑 스펠링이 같다보니 스펠링이 바뀌는 negative 표현을 안 쓰고 not detectable이라고 써서 주는 바람에 난리를 피웠습니다. ^^;

 

 

2. 지방으로 가는 KTX 시간

한국에서 제 발목을 잡은 건 이거였습니다.

2021년 4월 5일 새벽 기준

해외입국자는 일반적인 대중교통을 타고 귀가할 수 없습니다. 가까우면 특별택시를 타고 갈 수 있고, 경기권 일부까지는 버스가 있습니다. 그 외 지역은 가족이 모셔가거나.. 광명역까지 특별버스를 탄 뒤 KTX를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요.

이 KTX의 수가 많지 않은데 변동이 있습니다. 4월에 타보니까 1월 초보다 숫자가 줄었더군요. 덕분에.. 대충 30분마다 있는 공항버스를 타고 광명역에 가는 것도 시간 제약이 있습니다. 저는 포항에 가야 하는데 입국 과정에서 문제가 있어서 1시간 넘게 지체되었더니 7시 조금 넘어서 버스정류장에 도착했구요. 그때라도 광명역으로 택시타고 갔으면 갈 수 있었을텐데 제가 어디 가는지 몰랐던 직원께서 버스승차장에 8시쯤 데려다주는 바람에.. 포항행 KTX 막차를 놓쳤다죠.

 

3. 막차를 놓치면?

KTX를 놓치면 어떻게 되냐면요.. 공항에서 버스 기다리는 자리에서 자야 합니다. 양성의 위험이 있으니 외부로 나갈 수가 없거든요.

여기서 하루 묵어야 합니다. 다행히 숙박비는 없고.. 오히려 새벽에 꿀물 하나 얻어먹었습니다. 이미 버스승차장까지 온 터라 운신의 폭이 무척 좁습니다. 사람이 없어서 밤새 티비 보며 느긋하게 쉴 수 있는 대기실..외에는 화장실과 엔젤리너스 하나가 갈 수 있는 전부더군요. 그나마도 엔젤리너스는 심야에는 안 하고 06시 오픈입니다. 밤에 배고프더군요. ^^;

다행히 충전 콘센트는 있고- 직원분들도 친절하긴 했는데.. 생각치도 않게 공항 의자에서 잠을 자게 되니까 많이 슬펐습니다. 파견을 마치고 온 터라 옷이 다양하게 있었기에 두툼한 옷을 꺼내서 덮고 잤는데 옷도 없었다면 정말 큰 곤란을 겪을 뻔 했네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냥 버스타고 간 뒤 광명역에서 잘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긴 엔젤리너스가 없는 대신 카드되는 자판기가 3개 있어서 심야에도 먹고 마시는 게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죠. 저는 아침에 거기서 삼각김밥 3개와 바나나우유를 샀는데요. 춥고 보호받지 못하는 곳이긴 한데 거기도 TV 있고, 화장실 있고, 자판기까지 있으니 대기할 만 하겠네요.

 

자각격리 자체는 1월에 이미 해봤고 그때와 차이가 없어서 별 문제 없는데요. 오히려 한번 겪어봐서 이번에 훨씬 준비를 잘 해서 아무 불편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에그 배당 및 배송에 며칠 걸리는 걸 고려해서 입국 전에 와이파이 에그를 신청했기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인터넷을 빵빵하게 썼고, 식수/음료수 문제도 잘 해결했고(2주간 먹는 물의 양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격리때 필요한 것도 미리 마트배송시켜서 바로 썼구요. 배송은 잘 되었습니다. 제가 하루 늦게 도착했을 뿐. 빈 집에 택배 왔다고 관리사무소에서 제게 전화했다죠.. 지난 번에 온도계를 찾아둔 덕에 자가격리 중 체온 체크도 손쉽게 하고 있구요. 배달음식도 잘 시켜먹었고.. 집에 도착한 뒤로는 불편함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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