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즈4 이야기만 있던 블로그에서 아이돌 이야기를 연속으로 쓰니까 뜻밖으로 보이겠는데요. 어쩌면 이번 글이 그 두가지 주제의 연결의 시작점일 수도 있겠습니다. 왜 심즈4 얘기를 하다가 아이돌 이야기를 하는지.. 글의 마지막에 적을 예정입니다. ^^

 

지난 글에서 제 멜론 재생목록을 간단히 분석해서 적었는데..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엄청나게 뚜렷한 특징이 있었습니다. 언급한 걸그룹은 모두 엠넷의 아이돌 경연프로와 관련이 있죠. 엠넷에서 뭘 많이 했었는데, 올해 초에 한국 갔을 때에 엠넷을 많이 안 봤지만, 이번에도 뭔가 준비하고 있는 걸 봤습니다.

아이돌을 뽑는 프로라니, 처음에는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요. 두번의 프로듀스101은 101명 중 고작 11명이 최종선발되었고, 그 뒤의 프로듀스48은 96명 중 고작 12명이 뽑혔으니 (그 뒤에 한번 더 있는데.. 최종선발된 멤버조차 활동을 못해서 일단 뺍니다.) 선발률이 고작 10% 안팎이었죠.

당연히 그 결과물의 질이 좋을 수밖에 없는 게.. 수많은 소속사에서 온 연습생 중 대중이 보고 고른 10%이니 각각의 멤버의 매력, 실력, 팬덤이 어지간한 그룹 최고멤버 수준이며 그게 모인 거니까 늘 화제의 중심이고 어마어마한 성과를 보일 수 밖에요.

 

그런데 바꿔서 보자면 90% 가까이는 선발되지 못하는 거죠. 안타깝게도 제가 프로듀스 시리즈에서 응원했던 사람은 선발되지 못했습니다. 프로듀스48에서 응원했던 미호는 이미 적었죠. (다른 프로듀스 시리즈에서 응원했던 사람들이 누군지는 비밀입니다. 이 글의 주제가 아닌데 나중에 쓸런지 모르니까요.) 그런데 그때 '차마' 데뷔하라고 투표하기 부담되었던 멤버도 있었습니다. '과연 저 사람이 여기서 선발된다고 한국에 올 수 있을까?'싶은 사람들..

프로듀스48에 참가한 일본인은 (한 사람 빼고) 연습생이 아니라 이미 걸그룹 멤버였던 건데.. 일본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 멤버도 있었지만, 일본에서 멤버 투표 1위를 넘보는 인기멤버도 있었고- 차세대 리더라고 모두 말하던 멤버도 있었습니다. 아, 일본에서 투표 1위를 했는데 프로듀스48 왔고 자진하차한 멤버도 있습니다.

 

AKB에서 투표 1위를 넘보던 인기멤버 사쿠라는 프로듀스48에서도 상위권을 달리다가 최종 2위로 뽑혀서 아이즈원이 되었죠. 1화부터 12화까지 최고의 화제성과 인기를 달리던 터라- 해당 프로의 간판, 얼굴마담이었고, 조작이고 뭐고 해도 떨어질 수 없는 멤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차세대 리더라는 말을 들었던 멤버 (리더라니까 소소하게 느껴지는데, AKB48 계열 수백명 전체의 총감독 후보였고 이미 20명 정도되는 팀의 캡틴이었습니다.) 쥬리는 프로듀스48 내내 데뷔권 약간 밖에 있다가 최종적으로 16위를 해서 선발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해에 울림의 걸그룹 로켓펀치의 쥬리가 되었죠!

울림쪽에서 제안했다고 하던데요, 울림에서 반기는 외모가 분명히 있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티비에 나온 것을 찍어서 화질이 좋지는 않은데.. 울림의 선배 걸그룹에도 이런 외모가 있습니다! ^^

여튼, AKB로선 해외기획사 간다며 졸업한 경우가 없는데 그 첫번째 케이스가 제법 인기있고 이미 팀 하나의 리더인 사람이라 다소 놀랐습니다. 회사로 따지자면 회사에서 인정받는 부장이 갑자기 말도 안 통하는 외국계 회사 사원 한다고 때려친 겁니다. 게다가 데뷔에 대한 출사표.. 프롤로그의 첫 문장으로 "소중한 시간 속에서 지금만 가능한 도전을 하며 전력으로 살아간다"라는 말을 하다니 멋지지 않나요.

 

정말 멋진 건.. 말 뿐이 아니라 그렇게 8년의 일본연예계 생활을 뒤로 하고 정말 열심히 노력을 했다는 겁니다.

외국에 혼자 던져진지 1년여만에 노래 스타일, 한국어 실력 면에서 저렇게 되다니 중간과정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강한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이런 영상이 남을 정도로.. 한국인과 한국어로 소통이 된다는 거죠. 참고로, 일본어 쓴 멤버인 소희는 일본인 멤버를 위해 일본어를 엄청나게 연습하는 게 알려져 있습니다.

 

97년생이고 한국으로 오겠다고 한 게 2019년이니 고작 22살의 나이, 소녀라 할 만한데 그 나이에 걸그룹 은퇴를 생각해고 그 이후를 찾아봐야 한다는 저쪽 동네도 신기하고, 과감히 한국에 와서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는 것도 대단합니다. 지금 볼 수 있는 것을 보고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두려워하지 말고 계속 도전해 나가는 모습.. 앞으로도 기대하고 있구요.

 

로켓펀치, 저도 앨범을 샀는데 포토카드에 누가 나와도 상관 없을 정도로 골고루 좋아합니다. 처음에는 쥬리나, 프로듀스48에 울림 연습생으로 나왔던 수윤, 소희를 보고 입덕한 사람이 많겠지만 계속 보다보면 다 매력이 있고, 모두 훌륭한 퍼포먼스를 보이더군요. 그래서 누가 보컬이다, 누가 댄서다, 누가 래퍼다 하는 구분도 없는 올라운더 그룹이구요. 울림에서 아이즈원 파견(?)중인 두 사람이 복귀한대도 안 넣어도 충분한 상황입니다.

 

 

글 위에서 언급했던, 심즈4 얘기 하다가 아이돌 시리즈가 나온 이유 중 하나가 이 글과 관련이 있습니다. 프로듀스 시리즈를 다 본 제가 심즈의 세계에 연예계를 넣겠다면 '누가 뽑히는가'에 방점을 두는 게 아니라 '뽑히지 못한 이의 뒤는 어떤가'를 넣고 싶습니다. 챌린지라는 틀에 넣고 싶진 않아서 어떻게 보여야 할지는 (다른 분의 아이돌 챌린지를 보며) 궁리하겠지만- 제 심즈4의 델 솔 벨리..에 넣고 싶은 모습 두가지 중 하나는 이거였습니다. 두번째는 다다음글에 등장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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