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이돌 이야기를 하게 되면 우선 언급해야지 했던 주제이지만, 얘기하다 보면 조심스러워지는 요소가 한둘이 아니라서 첫 비공개저장 이후 무려 300일이 지났지만 완성하지 못한 이야기네요. 1년을 묵히면서 상황이 많이 변했지만, 여전히 처음은 이 이야기여야 하지 않을까..싶습니다.

 

저는 IDOL이란 단어를 좋아하진 않습니다. 교리교사까지 했던 한때 열성적으로 종교를 가졌던 사람으로서, idol(우상)이란 단어에 약간 거부감이 있습니다. 사람을, 사이비 신자들이 섬기는 황금송아지에 빗대는 느낌이 드니까요. 그래도 그 단어가 이 글의 주인공에는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우선, 저는 상당한 친일, 친중 성향의 오타쿠입니다. 일본 게임과 일본 만화를 위해 일본어를 배운 뒤- 일본어로 채팅하며 온라인게임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중국에 파견근무한 적이 있는데 그때 중국에 살면서 중국을 무시할 수 없고, 배울 건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지요. 현재 스페인어권에 살고 있지만 스페인어 익히는 걸 게을리하는 것과 비교되는 일이죠.

 

제가 어렸을(?) 때에는 일본문화가 공식적으로 들어올 수 없었는데, 그때에도 오타쿠들은 몰래몰래 서로의 자료를 공유하고, 모뎀으로 하이텔이나 천리안 등에서 다운받으며 문화생활을 즐기며.. 아, 너무 옛날얘기 같군요. 어쨌든 그때에 ZARD라든지.. SPEED라든지.. X JAPAN이라든지.. 일본 노래 많이 들었고, 에반게리온, 공각기동대의 장면을 두고 한참을 떠들었습니다. 일본 애니에 대한 건 포스팅 여러개로 쓸 정도로 할 말이 아주 많은데 주제에서 벗어나니 일단 생략하구요.

 

그런 제가 마지막으로 알고 있던 일본 아이돌이 2010년 쯤의 AKB48이었는데.. (2010년대는 저도 먹고 살기 바빴고, 이미 한국의 아이돌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시기였죠.) 어느날 갑자기 한국의 경연프로그램에 그 AKB가 우르르 등장하는 사건이 생겼습니다. 조작의혹과 별개로 저는 프로듀스101 시리즈를 보이그룹,걸그룹 할 거 없이 모두 잘 봤습니다만 (그때도 '저거 조작하는 거 아녀?'..하며 봤는데.. 쩝..) 프로듀스 48 소식을 듣고 무척 신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솔직히 말해서, 진정성에 대한 의심을 했습니다. 일본에서 잘 활동하고 있는데 굳이 한국까지 와서 연습생들과 경쟁할 필요가 없을텐데..싶었는데 그래도 한 사람은 그럴 수 있겠다 한 것이 바로, 이 글에서 이야기하는 먀오입니다.

 

먀오..는 누가 이름을 잘못들어서 생긴 별명이고 이름은 미야자키 미호인데 (Miya..로 시작해서 뭔가 o..로 끝나서 먀오라고 들은 듯.)

나무위키 : 미야자키 미호

어떤 인물인지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연말 가요제에 한복입고 등장한 적 있고 한국에 50번 이상 와봤다는..

혼혈 아니고, 한국 살았던 적 없는 일본인입니다. (한글 글씨가 저보다 낫네요.)

꾸준한 친한 발언 때문에, 안 그래도 적은 수의 팬이 더 줄어서 한국인들조차 '한국얘기 더 안 해줘도 되요'하는 캐릭터였고- 한국 사랑 때문에 일본에서 고생한 걸 아는 팬들이 프로듀스 방송 내내 많이 홍보했죠. 이제는 다 지나간 얘기지만- 12명까지 선발인데 15위로 탈락했구요. (13위, 14위가 실제로는 순위 내인데 조작으로 밀려난 거라는데, 15위는 아니었나 봅니다.)

친한파 이미지만 있는 게 아니라 노래도 잘 했습니다. (영상의 네명 중 한국인은 한명뿐이었는데 저렇게 부르다니..) 제 원픽이었는데.. 데뷔직전 순위발표에서 2위까지 했는데 아까웠죠.

 

일본인이니까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다만- 작년 4월에 시작한 유튜브 채널의 경우 (벌써 개인 유튜브 개시 후 300일이 넘었군요.) 한글 자막이 영상에 자체적으로 들어있으며 내용도 한국과 관련된 게 많은, 여전히 친한파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가.. SNS를 보면 일본어보다 한글 댓글이 더 많습니다.

 

프로듀스48이 몇년 일찍 시작했다면 훨씬 해볼 만 했을텐데.. (93년생이라 2018년 당시에도 경연자 중 가장 언니였습니다. 게다가 2007년 데뷔라서 어지간한 트레이너보다 연예계 선배!) 또는, 프로듀스48 이후 한일관계가 안 좋아지고, 이어서 코로나19가 터지지 않았으면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었을텐데 여러가지로 아쉬움이 있는 케이스이죠.

게다가 경연이 끝난 뒤 2년 반이 흐르는 사이에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더 어리고 일본에서 더 인기 높았던 멤버들이 한국어도 더 잘 하는 상황이 되니까 친한파로서의 장점도 많이 까먹었습니다. 다음번에는 더 어리고 더 인기높았는데 한국말도 잘 하게 된 경우를 소개하는 것이 순서이겠군요.

 

전에도 언급한 적 있는데 일본은 과거문제도 있고, 마냥 좋게 지낼 수는 없는, 가깝고도 먼 나라입니다. 일본문화가 나쁜 건 아니지만 제국주의에 대한 건 희화화할 수 없는 것이구요. 아직도 Snowy escape 안 샀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본인을 배척하는 것 또한 잘못된 거죠.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 돈 벌러 온 것도 아니고, 정말 K-POP을 좋아해서 한국을 공부한 일본 아이돌로 잡설을 시작해봤습니다.

이 글을 쓰기 전에 호칭을 생각했을 때 '걸'그룹 멤버..라기엔 나이가 좀 찼으며, AKB가 걸그룹이라기에 너무 크다보니, 프로듀스48 볼 때 정말 열성적으로 좋아했던 기억을 담아 아이돌이라 부르는 게 가장 어울리는 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일종의 홍보랄까- 위에 스샷으로 남겼던 먀오찬네루(?) 첫 화 중 한국어로 소개하는 부분을 가져와봅니다. 실시간 방송을 빼면 모든 영상에 한글 자막이 있어서 한국인이 보는데 문제 없는 채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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